전공도 서열? 적성은 뒷전

전공도 서열? 적성은 뒷전

한국 대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적성’보다 ‘평판’에 좌우되고 있다. 특정 학과로의 편중 현상, 학업 성과 저하, 진로 미스매치까지 이어지는 이 구조는 단순한 입시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본질적 개혁이 필요한 문제다. 최근 최연구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의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전공 서열화 현상이 성과 저하 및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전공 서열화, 적성 무시한 선택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

한국 대학 입시에서는 특정 전공, 특히 경제학·경영학·컴퓨터공학 등 일부 ‘상위’ 전공이 유독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적성과 무관하게 사회적 평판과 취업률에 근거해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컬럼비아대 최연구 석좌교수가 서울대 사회과학학부와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2013~2016년 사회과학학부 입학생 중 무려 75.7%가 2학년 때 경제학과를 선택한 반면, 자유전공학부 학생 중 경제학 선택 비율은 54.7%에 그쳤다. 이는 전공 선택의 ‘자유도’에 따라 학생들이 얼마나 평판을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더욱이 자유전공 출신의 경제학과 선택 학생들이 사회과학학부 출신보다 평균 성적이 더 높았다는 결과는, 적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학업 성과도 더 높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즉, 전공 서열화는 단순한 심리적 압박을 넘어서 실제 학업 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문 인재 양성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평판이 만든 구조적 문제, 자유전공이 대안 될까?

대학 전공 선택에서의 평판 추구는 학생 개인의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집단적 결과는 편중된 진로, 비효율적 자원 분배, 창의성 저하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고등교육의 기본 목표인 다양성과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연구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자유전공학부 보편화’를 제시했다.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이 1~2학년 동안 다양한 교양과 전공 기초 수업을 경험한 뒤, 적성과 흥미에 맞춰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오랫동안 채택해 온 시스템이기도 하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전공 선택은 평판보다는 자신의 실제 성취도와 관심사에 기반하기 쉽기 때문에, 보다 만족도 높은 학업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졸업장에 ‘경제학과’ 등 특정 과가 표시되지 않음으로써, ‘못 가서가 아니라 안 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심리적 유연성도 장점이다. 결국 이는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전공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전공 미스매치로 인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향이다.

전공 선택 구조 개혁이 필요한 이유

전공 선택은 단순한 학과 선택이 아닌, 한 개인의 인생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현재 구조는 입시 경쟁의 연장선에서 전공마저도 ‘서열화’된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전공 몰림에 따른 인력 과잉 및 미취업 증가 - 비인기 전공의 공동화 및 교육 예산 축소 - 학생의 진로 재설정 비용 증가 - 교육 다양성 및 창의성 감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형성된 전공 선택 결과가 결국 사회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성적 좋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분야에서 낙오하고, 반대로 진짜 해당 분야에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진입 기회를 잃는 구조다. 최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좋지만, 전공 선택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서열화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정책이 단순히 대학 수 늘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공 선택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의 전공 선택 문화는 여전히 평판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학생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비효율과 손실을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다. 적성을 무시한 선택은 학업 성과를 떨어뜨리고, 진로 만족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자유전공 확대, 전공 선택 구조의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진정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수험생과 학부모, 대학, 정부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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