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이어 마운자로 상륙 한국 비만시장 긴장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비만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GLP-1 기반 약물 ‘마운자로’가 한국에 상륙하며, 기존 강자인 ‘위고비’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두 제품 모두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자랑하며, 전 세계적으로 ‘살과의 전쟁’이 제약사 간 패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2025년 한국 비만약 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GLP-1 시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차이
비만 치료제의 대표 성분으로 자리잡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기반의 약물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이 GLP-1 수용체만을 표적으로 삼는 단일작용제다. 반면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로, 구조적 진화가 이루어진 제품이다. GLP-1만 작용하는 위고비에 비해, 마운자로는 두 가지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활성화하여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글로벌 임상 3상(SURMOUNT-5)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 투여군은 평균 체중 감량률 20.2%, 허리둘레 18.4cm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위고비 대비 각각 47%, 5.4cm 높은 수치다. 단순히 체중 감량 수치뿐 아니라, 식욕 조절 효과 지속시간,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 완화 측면에서도 마운자로가 우위를 점하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차별화된 기전과 효과로 인해, 마운자로는 미국 시장에서 출시 2년 만에 위고비의 점유율을 추월했다.
한국 시장의 반응과 국내 제약사의 도전
2025년 8월, 마운자로가 국내 판매를 개시하면서 한국 시장 내 비만약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미 위고비는 2023년 출시 후 빠르게 국내 병·의원에 자리잡으며, 체중감량에 대한 강력한 니즈를 가진 환자층에게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체형과 대사 특성은 서양인과 차이가 있다. 특히 췌장의 크기, 인슐린 분비 능력, BMI 기준에서 차이가 발생하면서, 해외 개발 약물의 부작용 이슈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를 틈새 시장으로 판단한 국내 제약사들도 ‘한국형 GLP-1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라는 약물을 개발 중이며, 2025년 9월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다수의 중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GLP-1 계열 또는 신규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한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다. 비록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진입 시점은 늦었지만, 아시아 시장 맞춤형 약물이라는 특장점을 내세운다면 국내 기업에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비만약 시장의 미래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2023년 보고서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40년까지 최대 2800억 달러(약 38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2022년 시장 규모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로,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전망은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등 수많은 만성질환의 전조증상으로, 치료제가 삶의 질은 물론 국가 의료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단순 감량제가 아닌, 만성질환 예방약으로의 포지셔닝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공격적인 R&D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구형 비만약, 장기 지속형 주사제, 맞춤형 처방 AI 연동 시스템 등 기술적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보험 급여 적용, 장기 투약 안전성 확보, 소비자 접근성 확대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정부, 병원, 제약사, 소비자 모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시장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경쟁 구도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 복합 작용기전, 환자 중심 설계까지 고려된 최신 GLP-1 계열 약물은 단순한 다이어트 수단을 넘어 ‘질병 예방형 약물’로 진화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한국형 비만약’ 개발에 집중하며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2~3년, 비만 치료제의 미래를 주목해볼 시점이다.